이번에 리뷰할 게임은 Mojiken에서 개발한 5분짜리 무료 인디게임, <A Raven Monologue>이다.
이번 리뷰는 이전과는 달리 본 게임에 대한 주관적 해석을 써내려보려 한다.
✏ A Raven Monologue
<A Raven Monologue>는 Raven이라는 까마귀 까마귀가 주인공이며 그가 하는 독백 이야기를 다룬다. 독백이라고는 하나, 게임에서는 BGM으로 나오는 노래 외에는 별다른 대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즉, <A Raven Monologue>는 까마귀가 우리 게이머라는 가상의 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독백이긴 하나 정확히 무슨 독백인지는 텍스트로 나오지 않아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해석을 낼 수 있는 게임이다.
✏ 게임일까, 동화일까
본 게임은 여타 다른 게임과는 달리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액션이라고는 오직 ◀▶, 즉 페이지(장면)을 앞뒤로 왔다갔다 하는 것 외에는 없다. 일러스트와도 같은 인게임 화면을 아무리 클릭해도 별다른 트리거 반응이 나타나질 않으니, 그저 동화를 읽는다는 마음으로 장면을 천천히 넘기면 된다. 하지만 장면을 넘기다보면 마냥 행복한 동화라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을 자연스레 알게 된다.
Raven이라는 까마귀는 게임이 시작된 후로 여러 사람들에게 각기 꽃, 풀, 그리고 나뭇가지를 받는다. 받은 것들을 손수 하나하나 새장에 넣은 채 흥얼거리며 걷다 어느 깊은 숲속에 있는 어떤 한 소녀로부터 바람개비도 받는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이 순간부터 더 이상 ▶,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하는 수 없이 전페이지로 가면 그건 더 이상 우리가 '전'에 봤던 모습이 아니다. 사람들은 돌이 되었으며, 아무리 페이지를 넘겨보아도 한 번 돌이 된 사람들은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게 Raven은 점점 슬픔에 잠긴 채 집에 돌아오고, 게임은 그렇게 끝이 난다. 이 상태에서 다시 게임을 시작해도 바람개비를 받기까지 인간이던 사람들은 계속 돌인 채 자리한다.
✏ 구성 요소와 그 의미들
<A Raven Monologue> 요소들을 크게 아래와 같이 나누어 살펴보도록 하자.
1️⃣ Raven - 큰까마귀
2️⃣ 꽃, 풀, 그리고 나뭇가지
3️⃣ 바람개비
4️⃣ ◀▶ 버튼
5️⃣ 돌
1️⃣ Raven - 큰까마귀
Raven은 유럽권에서 대개 '큰까마귀'를 의미하며, 북유럽 신화에서는 이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새'라는 의미를 가진 존재로 나타난다. 물론 Raven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사람의 이야기일 수도 있으나 캐릭터의 외양이나 아래에서 다룰 의미들을 아울러 보면 '저승으로 인도하는 새'라는 의미가 게임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좀 더 부합한다.
저승으로 인도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바로 '죽음'으로 안내한다는 것이다. 즉, Raven은 저승으로 인도하는 새이자 죽음 그 자체를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2️⃣ 꽃, 풀, 그리고 나뭇가지
죽음은 사람들에게서 꽃, 풀, 그리고 나뭇가지를 받는다. 이 세 가지 오브젝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식물'이라는 것이다. 식물은 곧 자연을 의미하며, 자연은 예로부터 또는 신화로부터 줄곧 '생명'이자 '삶'을 의미해왔다.
3️⃣ 바람개비
죽음이 생명을 품에 안고 발걸음을 옮기다 한 소녀를 만나 바람개비를 받는다. 바람개비는 바람이 부는 한 계속해서 한 방향으로 돈다. 그리고 죽음이 바람개비를 보는 장면에서 바람개비는 멈추지 않고 계속 돌아간다. 계속해서 돌아간다 라는 것은 계속해서 흘러간다 라고 달리 말할 수 있으며, 이는 시간이 계속해서 흘러가는, 즉 '세월'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4️⃣ ◀▶ 버튼
계속해 돌아가는 바람개비를 받은 순간, 페이지는 더 이상 '앞'으로 갈 수 없다. 그런데 여기서 '앞'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보통 '앞'이라 하면 어떠한 기준점이 되는 사물의 '정면'을 뜻한다. 우리는 Raven이 →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기에 ▶ 버튼을 앞이라고 칭했지만 ▶ 버튼이 존재하지 않는 페이지에서 Raven은 바람개비, 그리고 플레이어쪽을 바라본다. 게임 내내 죽음이 바라보던 방향이 바뀐 것이다. 그리고 이 순간부터 죽음은 ← 방향으로 걸어감으로써 앞은 곧 ◀ 버튼이 되었다.
죽음은 생명을 안고 계속해서 앞으로 세월을 보냈다.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세월을 보낸 생명은 어떻게 될까.
5️⃣ 돌
생명은 이윽고 돌이 된다. 꽃과 풀, 그리고 나뭇가지는 그대로이나 그것들을 전해준 '인간'은 돌이 되어 아무리 '뒤'로 가기 위해 ▶ 버튼을 눌러보아도 한 번 세월이 지난 생명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지나간 시간이자 세월은 다신 되돌릴 수 없다는 뜻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나 그 외 다른 신화를 생각해보면 종종 인간과 같은 생명에게 '돌'로 변하게 만드는 저주가 있다. 생명을 돌로 만든다는 것은 무슨 의미이며, 왜 하필 돌일까.
생명은 변하지만 돌은 변하지 않는다. 생명은 움직일 수 있지만 돌은 타인의 간섭이 있지 않는 한 움직이지 않는다. 즉, 돌은 변치 않는 정적인 존재이며 더 이상 생명을 가지지 않는 성격을 가진 요소이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돌은 그 자리에 영원토록 남는다. 한 자리에 오래 머문 돌은 움푹 패인 자국을 남기며, 이 자국이 자연스레 메워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돌은 아이러니하게도 생명을 가지지 않지만 일종의 '자연물'이다. 2️⃣에서 자연은 생명을 의미해왔다 하지만 정작 그중 하나인 돌은 생명을 가지지는 않지만 자연물에 속한다.
✏ 생명은 죽음을 맞이하지만..
<A Raven Monologue>를 각 구성 요소가 가진 의미대로 풀어보면 아래와 같다.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세월을 보낸 생명을 바라본 죽음의 독백
정리하자면,
죽음은 품에 생명이 삶을 다하기까지 앞으로 계속 나아가며 세월을 보내다 돌이라는 자연으로 돌아간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도 자연의 순리이자 법칙이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게임에서 죽음은 비록 삶을 다 한 생명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슬퍼하나, 위에서 이야기했듯 돌은 머문 자리에 자국을 오래토록 남긴다. 죽음에게 있어 생명은 오래 한 자리에 머문 돌처럼 마음 한 켠에 오래 남아 그를 추억할 수 있도록 한다고 난 해석한다.
개발사인 Mojiken은 게임의 정말 간단한 기능으로 사람마다 여러 해석을 내놓을 수 있는 게임을 제작했다. 나는 게임을 통해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지만 추억으로 남는다' 라고 해석을 한 반면, 게임 내내 나오는 BGM의 가사를 통해 다른 해석을 하신 분도 계신다. 한 가지 게임으로 다양한 여운을 오래 음미할 수 있다니, 개인적으로 이 게임은 예술의 한 영역이 아닐까 싶다. 무료로 할 수 있는 게임이니 많은 분들께서 한 번쯤은 해보았음 하는 게임이다.
* 스팀 상점 페이지 URL : https://store.steampowered.com/app/744810/A_Raven_Mon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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