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타격감이 좋을 뿐만 아니라 직장인들의 애환이 느껴져서 헛웃음을 제공하는 로그라이트 게임인 Magic Design Studios의 <Have a nice death>를 리뷰하고자 한다.
✏ Have A Nice Death, 좋은 죽음 되시길
<Have a nice deatch>는 좋은 표현은 아니긴 하나 '직원 참교육'이라는 말로 설명이 가능한 게임이다.
누가 일할 때 하나하나 계산기 두드려가며 일하길 원할까, 엑셀에 수식을 걸어놓고 값만 입력하면 자동적으로 모든 계산이 이뤄지게 하겠지. 매번 하나하나 영혼 수확하기 힘들었던 우리의 데스는 부하 직원(소로우)들을 소환해 대신 일 시키는 일종의 회사를 차렸고 본인은 서류 지장만 찍는 CEO가 되었다. 다만 부하들이 '누가 더 영혼 수확을 잘 하나'를 주제로 무분별하게 영혼을 잡아대니 일이 미친 듯이 쏟아지게 되었고, 이로 인해 데스가 직접 부하들을 '참교육'하러 떠나는 게 바로 이 <Have a nice death>의 스토리다.
✏ 로그라이트 + 매트로베니아
<Hades>, <Ember knights>처럼 로그라이크/로그라이트 게임은 보통 한 화면에 모든 맵의 구성이 보이고, 그 맵에 있는 모든 몬스터를 잡으면 다음 방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때 매트로베니아 장르를 섞으면 어떨까?
기본적으로 한 방향(→ 또는 ← 등)으로 이동하면 다음 방으로 넘어가는 '엘리베이터'가 등장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게임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캐릭터가 위 또는 아래 등 움직이며 맵을 밝힐 수 있다. 몬스터와의 전투를 강제하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싹 다 무시하고 한 방향으로만 이동해 쉽고 빠르게 보스와의 조우를 노릴 수 있지만 대신 '성장'을 하지 못한다. 몬스터 잡아서 재화를 벌 뿐만 아니라 맵 군데군데 있는 재화 뭉텅이와 다른 무기 파밍을 위해 게임에서는 맵을 돌 것을 '권장'한다. 맵에 함정이 있긴 하지만 그리 난이도가 높은 편은 아니기에 재미와 색다름을 주는 신박한 장르 조합이다.
게다가 간간이 등장하는 이벤트도 이러한 장르와 맵 구조를 이용하여 '스피드런'을 재밌는 형태로 구현했다. 예를 들어 함정이 많은 맵을 빠르게 지나가야 한다거나 하는 등 마치 <산나비>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도 있어 장르적 장점이 더욱 돋보인다.
✏ CEO는 아니지만 직장인 공감 유발
<Have a nice death>는 언어 유희가 꽤나 찰진 편이다. 아무리 사신이고 죽은 영혼들이라 하지만 회사 직장인이라는 점 때문인지 그들이 말하는 표현이나 칭하는 아이템의 명칭이 직장인 공감을 절로 불러 일으킨다.
예를 들어 게임 대문 이미지에서 CEO인 데스가 손에 쥐고 있는 '코피(Koffee)'로, 누가 봐도 '커피(Coffee)'에서 따온 아이템이다. 직장인에게 커피는 무엇인가. 음료로써 즐기는 액체가 아닌 일종의 수액이지 않은가. 실제로 코피는 인게임에서 필드 드랍되는 즉발성 회복 아이템이다. 심지어 종류도 코피 숏과 에스프레소 코피가 있으며, 상점 업그레이드 시 코푸치노도 구매할 수 있다.
직원들이 하는 말도 아주 가관이다. 수평 문화를 존중하는 회사인지 '회장님'이라 꼬박꼬박 부르지만 쨌든 CEO인데 곱게 죽으라 하질 않나, 일 어렵게 만들지 말라 하지를 않나, 아주 못하는 말이 없다. 게다가 게임의 주 메인 스토리가 '직원 참교육'이다보니 층의 보스로 만나는 직원들도 회장 얼굴 못 알아보기 일쑤이다. 아무리 회사 직급자/직책자에게 불만이 많아도 직접 당사자 앞에서 그 말을 하지 못하는 게이머에게 있어 <Have a nice death>는 할 말을 대신 해주는 정말 속 시원한 게임이다.
아, 다만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죽음 묘사'라는 점이다. 게임에서는 한 번이라도 이야기를 한 NPC나 몬스터의 사(死)인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들의 죽음이 누군가에겐 불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점 때문에 게임에서도 한 차례 경고를 하니 만약 그런 부분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유저라면 한 번쯤 플레이를 고려할 만하다.
✏ 하지만 난이도는 저승일지도
게임 소재나 등장인물, 아이템의 매력도가 상당한 <Have a nice death>는 난이도도 다른 의미로 상당하다. 죽으면서 강해지는 '로그라이트'이긴 하나, 적들을 무조건 쓰러트려야 하는 방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고 보스를 조우했다가 죽는 걸 몇 차례나 경험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몬스터들을 잡자니, 초반 구역에도 공중에서 유도탄을 쏘는 몬스터가 있어 피하고 공격하느라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게다가 보스는 마치 <Hollow Knights>와 <컵헤드>를 떠올리게 할 만큼 패턴이 다양하여 사람을 화나게 만든다.
게다가 처음 플레이하는 유저라면 다소 직관적이지 않은 보상 시스템으로 인해 어느 방에 가야 할지 난처할 수 있다. <Hades>에선 기본적으로 재화, 강화 재료, 스킬 등 그림 이미지를 통해 유추할 수 있었지만 <Have a nice death>에선 다소 의미심장하게 쓰여 있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헷갈리게 만든다. 게다가 공격도 주 무기/보조 무기/원거리 무기 이렇게 세 가지로 할 수 있으나 강화할 때 어느 무기가 주 무기이고 보조 무기인지 알 수 없어 무엇을 강화해야 좋을지 난처해지곤 한다.
CEO가 어떤 몬스터에게 자주 죽으면 그 몬스터가 CEO를 조롱한다는 식으로 부활할 때마다 부하 직원이 염려(?)를 표해 유저의 화를 복돋는데, 이를 위해서인지 게임은 유저가 너무 자주 죽으면 [패망] 단계에서 절로 [자아실현] 단계로 층의 난이도를 낮춰준다. 고맙게도 컨트롤이 약한 내게는 정말 소중한 배려이자 게임을 포기하지 않게 하는 요소이다.
📋총평
<Have a nice death>는 직장인이라면 재밌고 몰입해서 플레이할 수 있는 스토리와 여러 소재를 가졌다. <Hades>가 자칫 어두울 수 있는 스토리를 흔히 말하는 '막장' 감성을 섞어서 재밌게 풀어낸 것처럼 이 게임도 적당하게 현실과 이상을 섞어 코피나 막말 등 재미를 자아냈다. 난이도는 직관적이지 않은 이름과 설명 탓에 어려울 수는 있으나 친절하게도 자체 난이도 조정을 해주기 때문에 컨트롤이 약하다 하시는 분들도 쉽게 적응할 수 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코-피'와 함께 즐겨봤으면 한다.
* 스팀 상점 페이지 URL : https://store.steampowered.com/app/1740720/Have_a_Nice_De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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