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꽤 지나긴 했지만 생일을 맞이해 토니한테 선물 받은 감동 게임인 Thunder Lotus Games의 <Spiritfarer(스피릿페어러)> 리뷰를 쓴다.

✏ Spiritfarer(스피릿페어러)
<스피릿페어러>는 '스텔라'라는 영혼지기 (우리 말로 하면 저승차사 느낌)가 되어 방황하고 있는 영혼들의 마지막 요구를 들어줌으로써 성불시켜 주는 게임이다. 단순히 이야기만 듣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영혼들이 머물 거처를 마련해주고 먹을 것도 제공해주어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 플레이어이자 스텔라의 일은 건축, 요리 등 매우 광범위하게 많다.
✏ 갈 땐 가더라도, 원하는 거 정도는 들어줄 수 있잖아?
영화 <신세계>에는 이런 대사가 있다 - 갈 땐 가더라도 담배 한 대 정도는 괜찮잖아?. <스피릿페어러>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이 명대사 그 자체로 표현할 수 있다.

스텔라가 영혼지기로서 만나는 모든 영혼들은 '모종의 이유'로 인해 사후세계로 편히 가지 못하고 길을 잃은 채 방황하고 있다. 스텔라는 그들이 가지고자 하는 것들을 마련한다거나 부탁을 들어줌으로써 무사히 성불할 수 있게끔 인도해야 한다.
✏ 선장이라는 이름의 노예
사람도 죽기 전에 이뤄야 할 버킷리스트라는 게 있지 않은가. 성불하면 어떻게 되는지 그 부분은 자세히 안 나왔으나, 어찌되었든 그 생에서의 '삶'은 영영 끝인데 가기 전에 이루고 싶은 것들은 결코 한 가지에 그치지 않는 법이다.

물에 빠진 편지를 주워 달라거나,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 달라거나 등 그들이 바라는 것은 단순히 물질적인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포옹이나 대화를 원하는 등 정신적인 것 또한 포함된다. 때로는 용광로에 신발을 녹여 보자는 등 다소 핀트가 나간 것 같은 요구를 하는 것도 그들이 성불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이니 스텔라는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
게다가 이 친구들은 영혼인데도 불구하고 삼시세끼 꼬박꼬박 밥과 간식을 먹여야 한다. 나중에 돌봐야 할 영혼이 많아지면 우리 스텔라는 요구고 뭐고 바쁘게 식사 만들고 작물 수확하느라 정신이 없다. 게임에서 플레이 타임을 제일 길게 가져가기 때문에 후반부에는 살짝 루즈해지는 느낌이 이 게임의 유일한 단점이 아닐까 싶다.

✏ 금쪽이 같은 우리 영혼들
그래도 얌전히 스텔라가 운항하는 배에 승선하면 다행이지, 일부 영혼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숙소'를 갖추지 않으면 승선하지도 않아 애를 쓰게 한다. 집 위치를 아래에 지어달라고 한다거나 혹은 아예 꾸미지 말라 한다거나..아주 요구하는 것들이 많은 까다로운 손님들이다.

앨리스는 본인이 폐를 끼칠까봐 승선을 거부한 것이라면, 일부 영혼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숙소를 갖추기 전까지 승선을 않아 애를 쓰게 만들기도 한다. 집 위치를 어디로 해달라거나, 혹은 아예 꾸미지 말라고 하거나... 겨우겨우 배에 태우고 친해지려고 말을 걸어도 본인이 바라보는 방향에서 대화를 걸지 않으면 대꾸도 안 해준다거나 괜히 심술을 부리는 영혼도 꽤 있다.

✏ 무엇이 당신의 발목을 잡는가
비록 말도 탈도 많은 우리 금쪽이들이지만 이들이 길을 잃고 방황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 누구보다 천진난만했던 이는 살아생전 괴롭힘과 학대를 받아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던 것이고, 그 누구보다 불평불만이 많았던 이는 사실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동생을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분노를 표출했을 뿐이다. 이처럼 영혼들은 따뜻한 색채와 귀여운 외양과는 달리 저마다의 사정과 아픔을 지녀 선뜻 성불을 하지 못한 친구들이다.
퀘스트를 통해 하나 둘 그들의 아픔이나 상처, 또는 그리움을 알아가다 보면 점차 그들과의 이별 시간이 다가온다. 비록 그들이 오랜 시간 품고 있던 숙원을 풀고 성불하는 것이긴 하나 그들과 보낸 시간은 사실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 켠이 아려오게 만든다.

📋총평
<스피릿페어러>는 대놓고 슬픈 분위기를 연출하지는 않지만 우리 금쪽 같은 영혼들과 보낸 시간이 현실에서 우리가 정을 나눈 상대와의 시간을 떠올리게 만든다. 때로는 까칠한 사람을 만날 수도, 귀여운 사람을 만날 수도, 정이 많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으며, 언젠가 그들과 이별을 해야 한다. 그 이별이 아름답다 할지라도 이별하면 그들을 '추억'할 뿐, 더는 포옹할 수도 인사를 나눌 수도 없다. 그 무엇보다도 따뜻한 색감과 그림체로 이런 먹먹함을 안겨주는 게임이 <스피릿페어러>다. 따라서 이 게임은 소중한 이와의 추억을 곱씹고 싶다거나 스토리를 음미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물론, 노동은 해야 하지만.
* 스팀 상점 페이지 URL : https://store.steampowered.com/app/972660/Spiritfar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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